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개구충제의 암치료 가능성과 희망은 있는가?

by 대한의딸 2024. 4. 17.
반응형

 

 

 

1. 암치료 가능성

지금도 여전히 "효과가 정말로 있네, 없네”로 말이 많다. 결 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나와 있는 연구 자료들로는 "펜벤다 졸은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라고 명확히 말하기 어렵다. 약 7건 정도의 관련 연구 자료가 있는데, 모두 사람이 아닌 동물 실험이었고 오히려 약물 부작용으로 간암이 심해진 결과도 있었다. 우리나라 정부와 보건당국 역시 현재 개 구충제의 항 암 효과는 임상적으로 충분한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과량 복 용할 경우 간, 신장에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니 먹 지 말라고 단호하게 발표했다. 국립암센터에서는 위 사태를 고려해 펜벤다졸 관련 항암 임상실험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임상실험을 할 가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조 티펜스가 구충제 복용 이전에 항암치료를 받았다 는 점, 펜벤다졸 관련 이슈가 정작 미국에서는 큰 반향을 일 으키지 않았고 한국에서만 큰 이목을 끌었다는 점, "<네이처 Nature>지에 논문이 올라왔으며 의학적 근거도 있다"라는 조 티펜스의 주장과는 달리 실제로는 <네이처지가 아닌 <네이 처>지의 산하인 <사이언티픽스scientifics>의 내용이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 사실 구충제의 항암 효과는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기생충을 죽이는 기전이 암세포를 죽이는 기전에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암은 쉽게 말해 '끊임없 이 분열하는 세포'다. 마치 좁은 땅에 부실건물을 계속해서 세워나가며 주변 환경을 파괴하는 것처럼 암세포는 일반 세 포보다 훨씬 빠르게 무제한으로 자기복제를 하고 다른 세포들의 영양분을 빼앗으며 끝내 인체기관을 파괴한다.


건물을 세우기 위해서는 토대가 되는 철근 구조를 먼저 세 워야 한다. 세포 분열에서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세포 분 열과 활동을 관장하는 기관인 마이크로튜블Microtuble이다. 구 충제는 이 마이크로튜블이라는 골조 공사를 막아서 기생충을 죽인다. 암세포 역시 세포 분열을 위해 마이크로튜블 철근을 세우기 때문에, 같은 원리로 보자면 구충제가 끊임없이 분열 하는 암세포를 억제시킬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빈크 리스틴vincristine, 빈블라스틴vinblastine, 파클린탁셀paclitaxel, 도 세탁셀docetaxel 등이 유사한 기전으로 이미 항암치료에 사용 되고 있다. 이는 개 구충제가 다른 치료에도 사용될 수 있음 을 시사한다.


원래 양성 전립선비대증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했던 프로페 시아가 남성형 탈모 치료제로 쓰게 된 것처럼 기존 약물에서 다른 효과를 발견해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약물 재창출 Drug Repurposing이라고 한다. 약물 재창출 케이스는 생각보다 많다. 아스피린도 처음에는 해열진통제로만 쓰이다가 혈전 방지 효과가 발견돼 심혈관질환 예방용으로도 판매되고 있으 며, 비아그라 역시 고혈압약으로 연구되다가 발기부전 치료 효과가 발견돼 아예 발기부전 치료제로 판매되고 있다. 신약 연구 방법 중 약물 재창출은 특히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 제일은 약 효과 발견과 임상시험 사이에 걸리는, 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신약 발견과 임 상시험 사이의 간격이 9년 정도 걸리는 것에 비해 약물 재창 출은 3~4년 정도밖에 걸리지 않고 비용도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항암치료처럼 치료비가 많이 들고 새로운 약물 발견이 절실한 분야에서 약물 재창출은 새로운 가능성으로 떠오르고있다.


영국 항암기금Anticancer Fund, AF에서 운영하는 신약 재창출 Repurposing Drug in Oncology, REDO 프로젝트 역시 그 일환 중 하나 다. 항암기금은 2009년 설립된 국제적 비영리 조직으로서 암 치료에 대한 효율적 연구와 지원을 하는 단체이며, REDO 프 로젝트를 통해 기존에 존재하는 약물 중에서 암 치료에 효과 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약물들과 각 약물의 세포실험 결과, 사례, 데이터, 임상실험 결과, 관찰연구 결과 등을 수집하고 이를 공개한다. 항암치료의 가능성이 있는 후보로는 타이레 놀과 카페인, 비아그라, 비타민 C와 D뿐 아니라 항생제, 진통 제, 당뇨약, 바이러스약, 고지혈증약, 통풍약 등 전혀 다른 분 야에서 쓰이는 약들도 많다. 타이레놀의 성분인 아세트아미 노펜은 임상 결과나 세포실험 결과 등 근거가 꽤 탄탄한 물질 중 하나이며, 현재 논란인 알벤다졸, 메벤다졸 등 구충제 성 분 역시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

 

그러나 구충제의 항암 효과에 대한 논리적 근거는 여전히 부족하다. 짚고 넘어가야 할 점도 한둘이 아니다. “체내흡수 율이 20퍼센트 미만이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주장은 반대로 "흡수율이 낮아서 효과가 없다"는 반론과 부딪힌다. 구충제 는 장 안에 사는 기생충을 죽이기 때문에 체내로 흡수되지 않 고 그럴 필요도 없다. 하지만 암세포는 인체 내부에 생기기 때문에 어떻게든 몸 안으로 흡수돼야 한다. 이를 위해 구충제 를 장기간 과다 복용해야 한다고 하지만, 결국 이 점 역시 "기 존 복용과는 다른 투약으로 간, 혈액, 신경에 부작용을 일으 킬 위험이 있다"는 반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환자가 일 반인보다 몸이 약한 암 환자이기 때문에 더 조심스럽다.

 

2. 희망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또는 현대의학에 대한 불신으로 개 구충제에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사람이 먹는 구충제, 즉 알벤다졸과 플 루벤다졸 flubendazole도 항암 효과가 있다", "구충제를 꾸준히 먹으면 건강해진다"와 같은 잘못된 정보들도 퍼지고 있는 실 정이다. 몇몇 의사들과 환자들은 유튜브와 인터넷 카페를 통 해 구충제를 이용한 암 치료법을 공유하고 치료 후기를 올리기까지 한다.


개그맨 김철민은 2019년 8월 폐암말기 판정을 받았다. 항 암치료를 병행하면서 조 티펜스의 영상을 보고 개 구충제 복 용을 결심했다. 그는 SNS를 통해 자신의 건강상태를 지속적 으로 알렸다. 그의 검진 결과는 꽤 긍정적이었다. 먼저 암 수 치가 400대에서 200대로 크게 감소했다. 5까지 정상인 것 을 고려하면 아직 높은 수치지만 분명 감소한 것은 사실이었 다. 컴퓨터단층촬영 Computerized Tomography, CT과 양자단층촬영 Position Emission Tomography, PET 영상도 주목할 만하다. 폐암 크기 가 줄어들었으며 전이된 뼈도 현재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간 에 있던 암세포도 좋아졌다. 구충제 복용으로 걱정되던 간 수 치와 신장 수치 또한 모두 정상으로 나왔다. 폐암말기 환자라 는 점에서 보면 아주 긍정적인 결과였다.


김철민뿐만 아니라 많은 말기 암 환자들이 "나는 이제 선택 지가 없어요. 어차피 죽을 거면 여기에 희망을 걸어보는 거예 요"라고 말한다. 작은 희망이라도 걸어보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기존의 항암치료를 중단하고 구충제를 복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구충제를 복용하더라도 반드 시 전문가와의 상담 후에 결정해야 한다.


암은 정말 무섭고 극복하기 힘든 질병이다. 그럴수록 암환 자가 병을 이겨내는 데 필요한 것은 '타인과 의학계에 대한 불신과 새로운 방법에 대한 맹목적 의존'이 아니라 '의사와 약사, 전문가들과의 상호 커뮤니케이션과 올바르고 효과적 인 치료의 꾸준함'이다. 지금까지 인체를 대상으로 한 암 연 구 논문은 자그마치 300만 개가 넘는다. 이런 수많은 연구와 치료법 중에서 선별하고 또 선별해서 가장 효과적인 치료로 선택된 것이 현재의 암 치료법이다. 수많은 성공과 실패, 생 존과 죽음을 딛고 얻어낸 치료법이 단순히 한 사람의 경험담, 그것도 확실치 않은 이유로 흔들려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현대의학은 더 많은 환자를 살리고 안전하게 치료하기 위 해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하고 있다. 아울러 느리지만 새로 운 약들에 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앞서 말했듯 REDO 프 로젝트에 있는 항암치료제 약물 후보군은 300개가 넘는다. 하지만 지금 말기 암환자에게는 선택지가 부족할뿐더러 시 간도 충분치 않다. 인류가 언젠가 암을 정복한다 하더라도 그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현재 많은 환자들이 본인이 구충제를 먹으면서 암 수치는 얼마나 줄었는지, 통증은 얼마나 경감됐는지와 같은 사례들을 공유하고 있는데, 조 심스러운 이야기지만 이 자료들이 언젠가 의학적 가치가 생 길 것이라 생각한다. 낮은 단계의 근거라도 이런 사례들이 모 이면 새로운 암 연구의 초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류에게 암 치료는 정복해야 하는 과제 중 하나다. 아직 도 효율성이나 안전성에서 넘어야 하는 산이 많다. 우리나라 만 해도 174만 명의 암 환자가 있으며, 연간 치료비로 7조 원 이 쓰이고 있다. 이는 개인뿐만 아니라 전 인류적 차원에서 도 고통이자 부담이다. 그래서 우리는 하루빨리 더 효과적이 면서 저렴한 약들을 개발해 암 환자들을 치료해야 한다. 만약 개 구충제가 정말로 항암 효과가 있다고 판명된다면 이 기적 같은 이야기가 미래 세대에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한동안 외면받았던 구충제가 어쩌면 항암치료의 새로운 희망이 되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을 걸어본다.

 

 

 

반응형